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죠.
권씨는 앞서 전날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려다 체포됐는데요.
몬테네그로는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만 허용하고 있지만 몬테네그로 검찰이 기간 연장을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은 24일(현지 시간) 피의자 신문을 거쳐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했습니다. 법원은 권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 주거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위험이 있고, 신원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구금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씨가 몬테네그로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디로 송환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권씨는 한국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검찰이 ‘신병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싱가포르 검찰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럼 왜 권씨를 두고 송환 경쟁이 벌어진 걸까요.
그 이유는 권씨가 핵심인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전 지구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우리나라를 보면 권씨가 대표로 있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루나 코인은 ‘한국인이 만든 토종 코인’으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이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지난해 5월 테라·루나의 결정적인 가격 붕괴가 시작됐습니다.
8만 4천원에서 단 1원으로 시세가 99% 이상 급락했고, 국내 투자자 28만여명이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테라·루나 코인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본 이들은 사실상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권씨는 폭락 사태 직전 본사가 있던 싱가포르로 출국했습니다. 이는 권씨가 폭락 사태를 예견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내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많은 피해와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미국 내 투자자들 피해를 언급했습니다.
SEC는 권씨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나온 자신만만한 CEO라고 홍보를 해왔고, 이에 미국 내 회계사나 IT 엔지니어, 약사 등 고학력 전문직들이 속아 큰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도 8백억원대 사기 혐의로 권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검찰이 권씨에게 둔 혐의는 죄목만 5개가 넘을 정도로 복잡한데 그중 핵심은 ‘시세 눈속임’입니다.
테라의 급락 가능성을 알고도 안정적 가상화폐라고 홍보해 투자자들 속였고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거래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입니다.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법무부는 그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몬테네그로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권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면서 지금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권씨를 쫓아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검찰과 SEC도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자마자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검찰이 권씨의 송환을 벼르고 있기에 그를 체포한 나라 몬테네그로 정부가 내릴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몬테네그로는 유럽연합 소속이고 우리나라와 미국은 모두 유럽연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어서 자격은 동일합니다.
우선은 몬테네그로에서 진행될 재판이 끝난 후 권씨에 대한 송환 결정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위조 여권 사용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이 재판 이후 상급 법원이 범죄인 인도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권씨가 현지에서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 수 있고, 한국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송환될 수도 있는 등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현지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하겠습니다.
관련해 미국 매체 블룸버그통신은 권씨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더욱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검찰 당국은 한국 검찰과 권씨 소환에 협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합의한 이후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만약 권씨가 미국으로 먼저 송환되면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처럼 보다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금융 범죄에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하며, 은닉 자산을 압수하는데 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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