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북한 평안북도·자강도·양강도 등에서 집중 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죠.
수해 지역을 두 차례나 직접 찾아가 수재민들을 달래는가 하면, 취약 수재민 1만 3천여명을 평양으로 데리고 와 돌보고 있습니다. 학업, 식사 등 수재민들의 일상도 직접 챙기고 있다죠.
김정은의 이런 행보는 수해 현장 첫 방문부터 현재까지 약 20일 중 9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이전 수해 대응과 비교했을 때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는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함입니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국가가 적극적으로 수재민을 구조하고, 돌보는 모습은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공개된 수해 지역 어린이와 함께하고 있는 사진들은 ‘미래 세대와 함께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통해 흔들리는 민심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정은은 평양에 수해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임시 학교를 만들면서 “어린이들과 학생들에 대한 보육과 교양, 교육 문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제1의 국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의 파격적인 행보와 함께 관련 모습도 사진을 통해 연이어 공개되고 있습니다.
사진, 영상 등 미디어를 통해 김정은의 모습이 이번처럼 연이어 공개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주민과 함께하고 있는 사진이 이처럼 많이 공개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선 최고 지도자가 나오는 사진을 뜻하는 ‘1호 사진’, 그중에서도 인민과 함께한 1호 사진은 ‘가보’, ‘출세 보증 수표’로 불리며 북한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에선 최고 지도자와 사진을 함께 찍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사진에 포함된 인원이 적을수록, 당사자가 최고 지도자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출세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처럼 일종의 ‘백지수표’ 역할을 하는 1호 사진을 보유한 집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함께 조심스럽게 모신다고 합니다. 만약 관리가 엉망일 경우에는 충성심을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관련해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전 국회의원은 자신의 책을 통해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와의 기념 사진은 그것만으로도 권력이다. 한 가정이 어느 정도 핵심 계층인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집안에 김일성이나 김정일과의 기념사진이 많이 붙어 있으면 목에 힘을 주고 살 수 있다. 핵심 계층에 속하지 못한다고 비관에 빠진 주민도 어쩌다 최고 지도자와 기념 사진을 찍으면 자신은 이제 동요 계층에서 빠져나왔다고 믿게 된다. 김정은이 ‘현지 지도’를 할 때마다 기념사진을 계속 찍어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씨 가문의 사진 정치는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 1호 사진의 영향력이 매우 약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보다 1호 사진을 남발하면서 ‘희소성’이 떨어졌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집권 직후 1년여 기간만 놓고 봐도 김일성, 김정일보다 더 많은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김일성이 1주일에 평균 1.32장, 김정일이 평균 3.92장의 1호 사진을 노동신문에 실었다면 김정은은 1주일에 평균 7.58장의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또 김정은 시대에 가장 많이 게재된 1호 사진 종류가 단체 기념 사진이라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합니다.
탈북민들은 1호 사진의 위상에 대해 “이젠 1호 사진이 너무 많다. 많고 많은 게 사진이라서 의미가 없다”, “김정은과 사진을 찍은 사람이 많은데 출세에는 효과가 없는 것 같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론 아직까진 1호 사진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무너지고, 배급 체계도 무너진 북한 사회에서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인 북한 주민들이 ‘평생’ 1호 사진을 고이 여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북한 최고 지도자의 1호 사진을 찍는 사람은 ‘1호 촬영가(사진가)’라고 합니다.
이들의 정체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이들은 최고 지도자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라면 다른 정치인들을 손으로 밀어도 될 정도로 정치적 힘이 강하다고 합니다.
1호 사진가는 김정은 우상화 보도 및 선전물 제작·유포를 주도하는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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