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보안성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사용 중인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됐습니다.
24일(현지 시간) AFP 통신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오후 8시께 개인 전용기로 파리 르 부르제 공항에 입국했다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구체적인 체포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관련해 AFP 통신은 “프랑스의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OFMIN)’이 사기, 마약 밀매, 사이버 괴롭힘, 조직 범죄 및 테러 조장 등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두로프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두로프를 해당 범죄의 ‘조정 대행자(coordinating agency)’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SNS 프콘탁테(VK)와 텔레그램을 만든 IT 사업가입니다.
두로프는 학사 재학 당시 페이스북의 성공을 접한 후 2006년 형과 함께 프콘탁테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줄곧 ‘사용자 정보’를 내놓으라는 부당한 요구를 하자 2014년 브콘탁테의 지분을 매각한 뒤 러시아를 떠나 독일로 망명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프콘탁테가 러시아 내 반정부 시위 확산에 이용됐기 때문입니다. 2011년 러시아 총선 사태와 유로마이단 혁명은 프콘탁테가 시발점이 되어 시위 규모가 커졌습니다.
러시아를 떠나면서 “러시아에선 인터넷 사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두로프는 프콘탁테를 정리한 후 이미 개발돼 있던(2013년 8월) ‘텔레그램’ 운영에 매진했습니다. 텔레그램은 프콘탁테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메신저로 보안에 매우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높은 보안성 덕분에 텔레그램 사용자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비영리 정책을 유지해 유료 기능이나 광고가 없었던 점도 높게 평가됐습니다. 비영리 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로프가 러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억만장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1년 11월부터는 스폰서 광고가 실리며 영리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채팅 등의 기본적인 기능밖에 없었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텔레그램은 현재 약 9억명이 사용 중입니다. 전 세계 메신저 앱 중 4위인데요. 내년에는 사용자가 약 10억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국내 사용자 수는 약 315만명으로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에 이어 메신저 앱 3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암호화돼 비밀 대화가 가능하고, 보안에 강력하다는 ‘명(明)’이 있지만 ‘암(暗)’도 존재합니다. 요즘에는 이 ‘암(暗)’이 더욱 부각되고 있어 논란인데요. 바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러시아·이란·중동·홍콩 등에서 반정부 시위의 소통 수단으로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가짜 뉴스나 불법 콘텐츠 확산의 주요 경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테러 단체들의 테러 모의도 이뤄진다고 하는데요.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서 아동 포르노그래피, 도촬, 매춘 등의 도구로 활용됐고, 국내에서는 ‘n번방’ 사건에서 미성년자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이 유통된 경로가 텔레그램이었습니다. 지난 5월 발생한 ‘서울대 n번방’ 사건과 이번 ‘인하대 딥페이크 채팅방’ 사건도 텔레그램을 활용한 성범죄였습니다.
분명 ‘디지털 피난처’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범죄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에 대해 미국 매체 CNN은 “텔레그램은 프라이버시와 보안성을 이유로 각종 불법 메시지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자금 세탁과 마약 거래, 소아성애 콘텐츠 유포 등에 쓰여왔다”고 전했습니다.
텔레그램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서버 장소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텔레그램 데이터 서버가 영국, 싱가포르, 미국에 분산돼 있었지만 최근에 수시로 서버를 옮기고 있어 현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범죄 관련 등의 수사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더불어 텔레그램 자체가 ‘러시아 정부의 검열을 반대’하면서 생긴 메신저이기에 두로프를 포함한 텔레그램 관련 인물들 모두가 수사에 비협조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사법 당국이 두로프를 체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두로프 체포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측은 성명을 통해 “자사의 규제는 업계 표준 내에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나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습니다.
SNS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파벨을 풀어 줘라(Free Pavel)”라고 X에 글을 올리면서 석방을 촉구했고, 11월 미 대선에 출마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또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라”면서 두로프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두로프와 사이가 껄끄러운 러시아 정부는 파리 주재 러시아 영사의 접근권을 요구했지만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의 프랑스 국적을 근거로 거부했습니다.
한편 두로프는 정자 기증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고품질 정자 기증은 시민의 의무”라며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아기가 12개 나라에서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혼인 두로프는 15년 전 난임을 앓고 있는 친구를 돕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당시 병원장이 익명으로 대량의 고품질 정자를 기증하는 것이 '시민적 의무'라고 해 기증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의 정자는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3만 5천루블(한화 약 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로프의 기증 프로필에는 채식주의자며,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고, 영어·페르시아어·라틴어 등 9개 외국어를 구사한다고 소개돼 있다고 합니다.
두로프는 유전자(DNA) 정보를 공개해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건강한 정자 기증은 중요한 문제로 자신이 문제 해결에 이바지해 자랑스럽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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