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지퍼 브랜드 'YKK'를 아시나요" + 지퍼의 아버지

 

서로 이가 맞물리도록 구성된 두 줄.

밀고, 당김으로써 잠그거나, 풀 수 있는 장치.

의류, 가방, 신발 등에 널리 쓰이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공식 명칭은 'Slide fastener’인 이것의 이름은 ‘지퍼(Zipper)’입니다.

지퍼는 1893년 미국에서 발명됐습니다. 미국의 발명가 휘트콤 저드슨(Whitcomb Judson)이 구두끈을 쉽게 묶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발명했는데요.

그는 일렬로 늘어선 후크와 후크 고리를 슬라이드 클램프로 연결하는 방식 ‘클래스프 락커(Clasp-Locker, 걸쇠 잠금장치)’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휘트콤이 발명한 클래스프 락커의 경우 당시 유행하던 긴 가죽 장화를 여미는 용도에 불과해 의류나 다른 곳에 사용하기엔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지금과 달리 뻑뻑해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일이 빈번했고, 고장도 잦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했습니다.

 

이후 휘트콤의 회사에 직원으로 들어온 스웨덴 출신의 이민자 기드온 선드백(Gideon Sundback)이 1913년 고리를 없애고 톱니가 맞물려 열고, 닫는 지금의 지퍼 형태를 만들어 대중화에 성공했습니다. 기드온이 특허를 낸 4월 29일은 미국에서 ‘지퍼의 날’입니다.

기드온이 보완한 지퍼는 당시 미군이 사용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1923년 미국의 굿리치(Goodrich) 사가 출시한 ‘Zipper’라는 상표를 가진 신발이 대히트를 치면서 지금의 이름 ‘지퍼’가 붙여지게 됐습니다. 신발 상표가 걸쇠 잠금장치의 명칭을 대체한 것이죠.

 

 

1차,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히트 상품이 된 지퍼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요. 이 지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회사는 일본의 요시다 공업입니다. 우리에겐 ‘YKK’로 익숙한 일본의 지퍼 제조 회사입니다. YKK는 요시다 공업(Yoshida Kougyou Kabusikigaisya)의 약자입니다.

 

우린 ‘YKK’ 약자가 새겨진 지퍼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YKK 지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절반 가까이라고 하는데요. YKK 지퍼가 이처럼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이유는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YKK는 자사 지퍼를 단순히 ‘지퍼’로 한정 짓지 않습니다. ‘열고, 닫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데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여닫는 과정이 반복되는 지퍼이기에 내구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이를 위해 천, 실, 생산 기계 등 지퍼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일본 내에서 조달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YKK 지퍼는 1만번 이상 열고, 닫아도 끄떡없는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내구성 수준이 1천회에 불과한 중국산 지퍼의 초저가 공세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현재 나이키, 아디다스, 루이비통, 페라가모, 리바이스, 유니클로 등 유명 브랜드들이 YKK 지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와는 오랜 인연을 자랑합니다. 리바이스의 도움 덕분에 YKK가 세계적인 지퍼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리바이스는 납품 업체로부터 지퍼를 대량으로 구입해 일일이 손수 청바지에 박음질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YKK는 지퍼를 자동으로 청바지에 박음질해 주는 기계를 제작해 리바이스에 제공했는데요. 이 기계가 ‘YKK에서 생산한 지퍼’만 박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자연스럽게 YKK는 리바이스에 지퍼를 독점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 리바이스와 함께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우수한 품질 중심의 경영 철학을 통해 공급처를 빠르게 늘린 YKK는 현재 10만여개의 고객사를 확보 중입니다.

 

 

YKK처럼 지퍼로 유명한 회사는 또 있습니다. ‘명품 지퍼’로 유명한 이탈리아 ‘람포(Lampo)’와 스위스 ‘리리(RiRi)’인데요.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프라다, 구찌, 에르메스 등 유명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YKK, 람포, 리리는 '세계 3대 지퍼 브랜드’로 불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