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알링턴 국립 묘지 참배 당시 행동이 논란을 현지에서 큰 논란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 3주년을 맞은 지난달 26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군에 위치한 ‘알링턴 국립 묘지를 참배했습니다.
그런데 참배하는 과정에서 묘지 관계자들과 충돌을 빚었습니다. 묘지 안에서 촬영을 제지하는 관계자를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밀치고 폭언을 한 건데요.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촬영은 유가족의 요청이었으며, 물리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육군은 29일 성명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묘지 관계자를 갑자기 밀치고 부당하게 공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육군은 트럼프 캠프가 묘지에서 정치적 활동을 명백하게 금지한 연방법과 육군 규정 국방부 정책을 분명 인지했음에도 정치적인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매우 성스러운 장소이자, 엄숙한 장소인 ‘알링턴 국립 묘지’에서 충돌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에서는 큰 논란입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민주당의 다른 인사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알링턴 국립 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는 우리나라의 국립현충원 같은 곳입니다.
알링턴 국립 묘지 부지는 원래 미국 남북 전쟁 당시 남군(아메리카 연합군)을 이끌었던 로버트 E. 리 장군과 아내 매리 커스티스(Mary Anna Custis Lee)가 소유한 농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남북전쟁 당시 연방 정부가 몰수 후 북군(연방군) 전사자를 매장하는 부지로 조성하면서 지금의 알링턴 국립 묘지가 됐는데요. 묘지 안에 위치한 기념관인 ‘알링턴 하우스(Arlington House)’는 본래 로버트 E. 리 장군 가족이 살던 집이었다고 합니다.
남북 전쟁 전사자를 위한 묘지로 조성됐던 알링턴 국립 묘지는 이후 제1차 세계 대전, 제2차 세계 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전사자와 테러 희생자 등이 안치됩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묘지와 임무 중 순직한 우주 비행사들의 묘지도 있습니다.
알링턴 국립 묘지의 주요 장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묘지’가 있으며, 묘지에는 꺼지지 않는 성화인 ‘영원한 불꽃(Eternal Flame)’이 있습니다. 주요 기념일과 행사 장소로 사용되는 ‘메모리얼 앰피시어터(Memorial Amphitheater)’도 주요 장소 중 하나입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무명 용사의 묘(Tomb of the Unknown Soldier)’인데요.
1921년 최초로 조성된 이곳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명의 전사자들을 기리는 곳입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조성된 이곳에는 각 전쟁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전사자를 대표해 각 1구씩의 유해가 안장돼 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전사한 무명 용사의 유해가 이곳에 처음 안장됐고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군인의 유해가 안장됐습니다. 베트남 전쟁의 무명 용사는 신분이 밝혀져 다른 국립 묘지로 이장됐고 현재는 다른 유해를 새로 안치하지 않은 채 비워두고 있습니다.
“Here Rests in Honored Glory an American Soldier Known but to God”
(여기 신만이 아시는 미국 군인이 명예롭게 잠들다)
알링턴 국립 묘지 내에서도 특히나 성스러운 이곳은 ‘경비병’이 24시간 지키고 있습니다.
무명 용사의 묘를 지키는 경비병들은 미국 육군 제3보병연대(3rd U.S. Infantry, The Old Guard)에 속한 군인들로, 이들은 ‘센티널(Sentinels)’, ‘올드 가드(Old Guard)’, '무덤 가드(Tomb Guard)’라고 불립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자연 재해나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도 경비를 멈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들은 절도 넘치는 교대 의식(Changing of the Guard)과 경비 방식으로도 유명합니다.
때문에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쳐 경비병으로 선발된다고 합니다.
키의 경우 남성 기준 178cm에서 193cm 사이여야 하며, 체중도 키에 맞게 유지돼야 합니다. 걷고, 달리고, 행진하는데도 문제가 전혀 없어야 합니다. 또한 오랜 시간 묘를 지켜야 하기에 매우 강한 정신력도 갖고 있어야 하죠.
2년간의 복무 경력이 있어야 경비병이 지원할 수 있으며, 복무 기간 동안 처벌이나 징계 기록이 없어야 합니다.
머리도 좋아야 합니다. 절도 있는 교대 의식과 경비 방식은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기에 이를 잘 기억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장 유지와 무기 관리에 대해서도 철저한 훈련을 받는다고 하죠.
경비병들에겐 매우 상징적인 전통이 있습니다. ‘계급장’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무명 용사의 묘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군인들이 안장돼 있으며, 때문에 그들이 ‘어떤 계급’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에 경비병들은 무명 용사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표하기 위해 계급장을 착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이들이 계급장을 착용하게 되면 무명 용사보다 계급이 더 높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무명 용사에 대한 예의가 손상된다고 여깁니다.
이들이 소지한 권총도 특별합니다.
권총은 ‘M17 Tomb of the Unknown Pistols’으로 오직 경비병들을 위해 특별 제작됐다고 합니다.
총 4정의 권총이 있으며, 권총에는 각각 ‘침묵’, ‘존경', ‘존엄’, ‘존중’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LS02JUL37A21(침묵)
LS02JUL37B21(존경)
LS02JUL37C21(존엄)
LS02JUL37D21(인내)
그리고 함께 적힌 일련번호도 매우 상징적입니다.
‘02JUL37'은 처음 24시간 경비가 시작된 1937년 7월 2일을 뜻하며, ’21’은 경비병들이 경비를 서면서 걷는 21걸음과 21번의 경례를 상징합니다.
또 권총 손잡이는 무명 용사를 미국으로 운송한 USS 올림피아 전함의 목재로 사용됐으며, 상단에는 평화, 승리, 용기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무명 용사의 묘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묘지를 지키는 것을 넘어 국가에 대한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군인에 대한 존중과 존경, 그리고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마음이 가득한 무명 용사의 묘와 알링턴 국립 묘지의 존재는 민족주의 뿌리가 약한 미국 사회를 ‘애국심’으로 끈끈하게 묶고 지탱하는 중요한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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