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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스토리

영국 총리실에는 ‘고양이 공무원’이 있다!…”총리 관저 수석 쥐잡이”

by 스내커 202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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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관저에는 무려 14년을 거주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고양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례한 것 같습니다. ‘총리 관저 수석 쥐잡이(Chief Mouser to the Cabinet Office)’라는 공식 직책을 갖고 있기에 ‘고양이 수석’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습니다.

 

이 고양이 수석의 이름은 ‘래리’, 'Larry the cat'입니다.

범무늬 고양이인 래리는 2011년부터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10 Downing Street)’의 수석 쥐잡이로 활동 중인데요.

 

 

2007년 1월경 길고양이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래리는 2011년 2월 당시 영국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입양하면서 총리 관저에 발을 들입니다. 원래는 캐머런 총리와 가족들의 반려묘로 왔지만 오랜 길고양이 시절 터득한 ‘쥐잡이 실력’이 높게 평가돼 ‘수석 쥐잡이’로 임명됩니다. 당시 다우닝가 10번지 관계자들은 래리에 대해 “쥐잡이 실력이 좋고, 뛰어난 추적 본능과 사냥 본능을 가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래리는 2011년 4월 22일 첫 사냥에 성공합니다. 총리 관저를 헤집던 쥐 한 마리를 잡은 건데요. 이 소식은 여러 매체를 통해 대서특필됩니다.

 

 

하지만 래리는 곧 ‘집고양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임무인 ‘쥐잡기’를 기피하는 등 게으른 모습을 보입니다. 현재는 본분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는데요.

관련해 다우닝가 10번지 공식 웹사이트는 래리의 임무에 대해 “관저 방문객 맏이, 보안 점검, 낮잠을 자기 위한 골동품 가구 점검”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임무인 쥐잡기에 대해선 “관저 내 쥐 점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숙고 중이다. 현재 전술 계획 단계”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가 왜 이리 고양이에 진심’인지 의문일 수 있습니다.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선 ‘다우닝가 10번지와 수석 쥐잡이의 오랜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다우닝가 10번지 건물은 1682년에 지어진, 무려 342년의 역사를 가진 건물입니다. 오래된 건물이기에 구석구석 낡은 곳도 많고, 특히 쥐, 바퀴벌레 등 유해 생물도 많다고 하는데요.

유해 생물을 없애기 위해 매해 방역 활동을 진행했지만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고, 곧 다시 생겨나 결국 총리실은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쥐라도 쫓아내기 위해 ‘고양이’를 총리 관저에 들이기로 한 건데요.

 

 

그렇게 1924년 고양이 ‘트레저리 빌(Treasury Bill)’이 1대 수석 쥐잡이로 취임(?)합니다.

트레저리 빌, 래리를 포함해 지금까지 12마리의 고양이가 수석 쥐잡이로 활동했는데요. 100년째 유지 중인 유서 깊은 전통을 영국 매체와 시민도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공직자들처럼 아주 냉철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데요.

그 평가는 예를 들면 수석 쥐잡이가 게으르거나, 사냥 실력이 부족해 쥐를 잘 잡지 못하면 ‘수석 쥐잡이, 근무 태만으로 퇴출 위기’ 같은 기사가 나오는 식입니다.

 

수석 쥐잡이 자리가 장기간 공석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1997년 5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영국 총리를 지낸 토니 블레어 총리의 배우자인 셰리 블레어가 고양이를 너무 싫어해서 당시 수석 쥐잡이 ‘험프리(Humphrey)’가 1997년 전격 경질됐고, 토니 블레어 총리 후임자인 고든 브라운 총리가 취임할 때인 2007년까지 수석 쥐잡이 자리는 공석이었습니다.

험프리 경질 당시 험프리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셰리 블레어가 그를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사실이 아니었고, 험프리는 공직 은퇴 후 총리실의 한 직원이 데려가 함께 살다가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래리가 지금까지 곁을 지킨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2010.05~2016.07) 총리를 시작으로 테레사 메이(2016.07~2019.07) 총리, 보리스 존슨(2019.07~2022.09) 총리, 리즈 트러스(2022.09~2022.10) 총리, 리시 수낙(2022.10~2024.07) 총리, 키어 스타머(2024.07~현재) 총리 총 6명입니다.

 

영국 총리가 여섯 번이나 바뀌었지만 계속 총리 관저를 지킨 ‘터줏대감’ 래리는 SNS 공식 계정인 X(옛 트위터)의 팔로워도 9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요.

 

Rishi Sunak has offered his resignation to The King but Keir Starmer has yet to be appointed as Prime Minister, so who's in charge? Me. pic.twitter.com/fWJ8tT5cpv

— Larry the Cat (@Number10cat) July 5, 2024

 

이런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7월 영국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 래리의 호감도(44%)와 순호감도(40%)가 당시 리시 수낙 총리(22%와 -36%)와 당시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34%와 -7%) 두 사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리보다도 호감도가 높지만 래리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잦은 근무 태만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캐머런 총리 재임 당시에도 눈앞에 쥐가 있는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근무 태만과 여러 시건방진 행동으로 전격 경질됐다가 재임명된 아픈 역사가 있는 래리가 나이가 들면서 더 게으른 모습을 보이자 ‘이제 은퇴해야 할 때가 아닌가’, ‘뉴캣페이스가 필요하다’ 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건데요.

 

더군다나 신임 총리인 스타머 총리가 본래 기르던 반려묘 ‘조조(JoJo)’와 함께 총리 관저에 입주했고, 최근엔 ‘시베리아 새끼 고양이’도 입양했다고 밝히면서 ‘래리의 자리가 매우 위태롭다’라는 언론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몇몇 매체가 ‘래리가 새로운 친구와 함께 총리 관저를 지킬 것’이라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래리와 다른 반려동물의 충돌 역사를 고려했을 때 래리의 자리가 위태로운 건 사실입니다.

 

 

다우닝가 10번지를 자신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이를 지키려는 영역 의식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진 래리는 역대 총리 가족이 데리고 온 반려동물들에게 친절한 적이 없었습니다.

직전 총리였던 리시 수낙 총리의 반려견 ‘노바’와 격하게 싸운 바 있고, 이에 대해 수낙 총리의 아내 아크샤 머티는 “노바가 래리에게 패배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키우던 반려견 딜린과도 충돌한 적이 있는데요.

존슨 총리는 한 신문 칼럼을 통해 래리를 “딜린을 두들겨 팬 깡패(thug)이자, 캣질라(catzilla)”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또 다우닝가 11번지 재무장관 관저의 ‘수석 쥐잡이’, 인근 외교부장관 관저의 ‘수석 쥐잡이’와도 다툼을 벌인 바 있어 래리가 스타머 총리의 반려묘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17살이라는 고령의 나이, 오랜 근무 태만으로 ’은퇴설’이 불거지고 있는 래리.

그럼에도 래리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 속에 은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다우닝가 10번지 관계자들은 지난 1년간 래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심지어 코드명도 있습니다.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비한 코드명 ‘런던 브리지 작전’과 찰스 3세 국왕 서거에 대비한 코드명 ‘메나이 브리지 작전’에서 이름을 딴 ‘래리 브리지’입니다.

관련해 한 총리실 관계자는 “래리가 떠나는 슬픈 날을 대비한 보도자료와 이미지 초안이 준비돼 있다. 세상에 래리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래리 브리지’ 계획은 매우 민감하게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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