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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스토리

인간의 패배로 끝난 호주 군대 vs 에뮤 군단의 '에뮤 전쟁'

by 스내커 2024.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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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오랜 기간 다른 대륙과 떨어진 채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요. 캥거루, 코알라와 같은 유대류가 대표적이고, 포유류이지만 알을 낳는 오리너구리도 호주를 대표하는 독특한 동물 중 하나죠.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여러 고유종은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의 대상입니다. 이 고유종들을 보기 위해 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죠.

그런데 고유종 중 ‘하나'가 호주 군대를 골탕 먹인 적이 있다면 믿으실 수 있나요. 호주에는 사람을 위협하는 사나운 동물도 딱히 없는데 말이죠.

 

 

호주 군대를 골탕 먹인 고유종의 정체는 바로 ‘에뮤(Emu)’입니다.

타조, 화식조와 같이 날지 못하는 새(주조류)인 에뮤는 호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데요. 이 에뮤와 호주 군대가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스토리를 지금부터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에뮤는 다른 주조류처럼 잡식성입니다. 주로 과일, 씨앗, 꽃, 작은 곤충 등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때때로 농경지를 침범해 농작물을 먹는다고 합니다. 다행히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아 그냥 놔둔다고 하는데요. 1932년엔 아니었습니다.

 

1932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호주의 참전 용사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서호주 지역에서 농부의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척박한 땅을 열심히 개간해 다양한 농작물이 생산되는 농경지로 가꾼 이들은 곧 ‘적’과 맞닥뜨립니다.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20,000마리 이상의 에뮤 군단’이 농부들이 열심히 가꾼 밀밭 등 농경지를 침공(?)한 것입니다. 참고로 에뮤는 매년 번식기가 끝나면 물과 먹이를 찾아 대규모로 긴 거리를 이동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농작물 초토화, 울타리 파손 등 에뮤의 침공으로 농경지 피해가 극심해지자 농부들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들로는 에뮤 군단의 침공을 어찌할 수 없었기에 ‘국방부’가 나섭니다.

 

호주 정부는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조지 피어스(George Pearce)의 주도로 군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실제 전쟁에서 사용되던 루이스 경기관총 2정과 탄약 10,000발을 지참한 병력이 서호주 지역으로 파병됐고, 이 병력의 지휘는 왕립호주포병대(Royal Australian Artillery) 제7중포병연대(7th Heavy Artillery) 소속 귀네드 퍼브스 윈-오브리 메리디스(Gwynydd Purves Wynne-Aubrey Meredith) 소령이 맡았습니다.

 

 

“에뮤를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인들은 1932년 11월 2일부터 11월 9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호주 지역을 돌아다니며 ‘치열한 전투(?)’를 치릅니다.

하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에뮤의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랐고 또 매우 지능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에뮤 군단은 인기척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바로 산개해 호주 군인들을 우왕좌왕하게 했고, 빠른 이동 속도로 탄약을 소모하게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탄약을 1,000발이나 사용했지만 죽인 에뮤 수가 몇십 마리에 불과했던 호주 군대는 전의를 상실했고 12월 10일까지 산발적으로 전투를 벌이다 지휘관 메리디스 소령의 철수 선언으로 ‘에뮤 전쟁’은 끝납니다.

호주 군대가 사용한 탄약은 지참했던 탄약 10,000발 전부. 죽인 에뮤 수는 많이 쳐줘야 수백 마리였습니다. 관련해 메리디스 장군은 “에뮤 986여 마리를 사살했고 수천 마리가 상처를 입어 곧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호주 군대의 철수로 사실상 에뮤에게 패배한 호주 정부는 이후 농부들의 지원 요청이 있어도 더 이상 군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울타리 수리 지원, 사냥 용품 지원 등의 자금 및 무기(?) 지원 활동을 합니다.

 

사실 에뮤 전쟁은 전쟁이라기보단 ‘군대가 주도한 대민 지원 작전’이 맞습니다.

하지만 동물을 없애기 위해 군대가 동원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기에 ‘에뮤 전쟁(Emu War or Great Emu War)’이라는 별명이 붙게 됩니다.

그리고 호주 정부가 ‘에뮤를 포함한 동물과의 전쟁에선 항상 패배한다’라는 ‘밈(Meme)’도 생깁니다. 실제로 호주는 에뮤 외에도 다양한 동물과 갈등을 겪은 바 있는데요. 갈등 대부분이 ‘전쟁’으로까지 번졌고, 결국엔 패배했습니다. 아래는 호주 정부와 동물 간의 전쟁 사례입니다.

 

 

  • 토끼 전쟁

1859년 유럽에서 호주로 들여온 수십 마리의 토끼가 호주 전역에 퍼집니다. 천적이 없어 번식이 급증한 토끼 개체수는 수십억 마리까지 늘어났고, 녀석들은 농작물과 초원을 초토화했습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울타리 설치, 독극물 살포 등으로 토끼 개체 수를 통제하려 했지만 번식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토끼는 호주 농경지와 초원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 낙타 전쟁

19세기 중반, 호주 정부는 사막 지역 탐험과 물자 운송을 위해 중동과 인도 등에서 낙타를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현대화된 후 낙타는 불필요해졌고, 이에 사람들은 낙타를 야생에 방목합니다.

방목된 낙타는 천천히 개체수를 늘려갔습니다. 그렇게 현재 호주에는 100만 마리 이상의 야생 낙타가 서식하고 있다는데요.

낙타는 농경지를 초토화하는 것은 물론 물이 부족할 땐 식수원을 찾기 위해 마을로 몰려들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낙타를 사살하는 등 개체수를 통제하려 했지만 낙타는 여전히 호주 생태계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 고양이 전쟁

사람들의 정착지가 늘어나면서 ‘집고양이’ 개체수도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집고양이 중 일부가 야생화되면서 ‘야생 고양이’가 현재 호주 생태계에 큰 위협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고유종들은 포식자에게 취약한 종이 많은데요. 특히 작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가 야생 고양이에 의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야생 고양이는 매년 수백만 마리의 야생 동물을 사냥해 호주 고유종의 멸종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야생 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동물 보화와 환경 보호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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