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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축구

‘맨유 인수전’…맨유 팬들이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을 극혐하는 이유

by 스내커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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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 글레이저와 조엘 글레이저

 

매물로 나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전이 2파전이 됐습니다. 카타르 자본과 영국 자본이 맞붙는데요.

먼저 카타르 금융 재벌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이슬라믹은행(QIB) 회장이 자신의 나인투(Nine Two) 재단을 통해 맨유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영국 화학 기업인 이네오스의 창업주인 영국 최고 갑부 짐 랫클리프 경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확인됐습니다.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QIB 회장 공식 성명서

 

두 사람 모두 인수를 통해 맨유가 과거의 영광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맨유 팬들은 대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현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이 빨리 떠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글레이저 가문은 2005년 맨유 인수 이후 지금까지 구단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 재벌 가문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맨유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을 정말 싫어합니다.

 

짐 랫클리프 경

 

글레이저 가문은 2003년부터 아버지 맬컴 글레이저가 야금야금 구단 지분을 사들이면서 2005년 ‘75%’까지 지분을 장악,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맨유의 새 구단주가 됐습니다. 당시 맨유는 첼시, 아스널에 밀려 리그 3위를 기록했었는데요. 3위를 한 충격보다 미국 재벌 가문이 구단주가 된 게 영국 축구 팬들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 재벌 가문이 맨유의 구단주가 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 지분을 사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돈은 일부만 투자했다는 점입니다. 글레이저 가문이 당시 맨유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든 7억 9천만 파운드 중 자신들의 돈은 2억 7천만 파운드만 투자했습니다. 나머지는 당연히 ‘빚’이었고, 이는 맨유의 부채가 됐습니다.

1931년 이래 부채가 없었던 맨유는 새 구단주 덕분에 5억 파운드가 넘는 부채가 생겼고, 이 부채는 지금까지 맨유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맨유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점도 팬들이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글레이저 가문은 축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 사망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형 에이브럼 글레이저와 함께 맨유를 운영하고 있는 조엘 글레이저는 ‘오프사이드’ 룰을 이해하는데 무려 2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지금도 완벽하게는 아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맨유의 부채는 그대로 놔두면서 자신들의 수익은 잘 거둬가는, 즉 경영 착취가 엄청납니다. 2005년 인수 이후 맨유가 지급한 부채 이자는 ‘조 단위’가 넘는데요. 반대로 글레이저 가문은 부채는 그대로 둔 채 매년 맨유에서 2천만 파운드(한화 약 310억원)를 받고 있습니다. 맨유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투자한 돈 2억 7천만 파운드는 이미 회수하고도 남았죠.

 

 

글레이저 가문이 지금까진 맨유에서 가져간 돈은 EPL 내에서 압도적인 1위라고 합니다. 그리고 부채 이자를 갚기 위해 투입된 비용도 2005년 이후 EPL 다른 구단들의 지불한 부채 이자 총합보다도 높다고 합니다.

구단주니까 구단을 통해 돈을 벌고, 부채 이자도 잘 갚고 있기에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레이저 가문은 맨유를 위한 체계적인 투자는 전혀 해주지 않고 있어 문제입니다.

우선 무계획적인 이적료 지출, 주급 지출로 인해 정작 필요한 곳에 돈이 투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스 시스템, 구단 설비 등 구단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에 투자가 되지 않으니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고 하는데요.

맨유의 캐링턴 훈련장은 2000년대 이래로 시설 업그레이드가 한 번도 안 됐으며,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포트도 외관은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고 합니다. 철골은 다 녹슬었고, 천장에서는 빗물이 새고, 좌석 밑으로는 쥐들이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했는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위민의 케이시 스토니 감독은 “도저히 정상적인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팀 상태가 아니다”라는 지적과 함께 자진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여성팀인 맨유 위민의 경우 제대로 된 훈련장도 없었고, 화장실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

아이러니하게도 맨유 이익은 매년 상승하고 있습니다.

다만 맨유의 이익 상승은 글레이저 가문이 경영을 잘해서가 아닌,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수십년간 감독직을 맡아오면서 쌓아온 업적과 브랜드 명성, 그리고 팬 유입, EPL이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면서 수익이 전체적으로 상향됐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때문에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돈벌이 수단으로 볼뿐 진정한 맨유를 사랑하는 구단주는 아니라고 보고 ‘글레이저 아웃’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1년 더 큰 돈벌이를 위해 맨유의 ‘슈퍼 리그’ 가입을 추진하면서 더 큰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팬들은 리그 경기를 시위로 막을 정도로 엄청나게 반발했는데요. 슈퍼 리그 창설이 실패로 끝나면서 가입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번 사건은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알게 한 사례였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4조원이 넘는 돈으로 맨유를 사겠다고 제의했을 때 거부한 일도 팬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진심으로 인수에 나섰으나 맨유에서 나오는 짭짤한 수익을 놓치기 싫었던 글레이저 가문은 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빈 살만 왕세자는 2021년 10월 맨유 대신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습니다. 뉴캐슬 팬들은 환호를, 맨유 팬들은 좌절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밖에 첼시 FC의 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현 구단주 토드 볼리에게 넘길 때 만든 ‘안티 글레이저’ 조항도 EPL 내 구단주들이 글레이저 가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해당 조항은 로만이 자신이 떠난 이후 첼시가 맨유처럼 될 것을 염려해 삽입한 조항으로 구단주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글레이저 가문이 유일하게 칭찬받는 부분은 딱 하나입니다. 퍼거슨 전 감독이 맨유를 이끌 당시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퍼거슨 전 감독이 2012-13시즌을 끝으로 맨유를 떠난 후 수많은 감독이 별다른 성과 없이 거쳐갔다는 점, 이적료와 주급만 높은 ‘먹튀’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가 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굵직한 성과를 낼 동안 맨유는 2016-17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 전부라는 점 등은 글레이저 가문이 왜 욕을 먹는지를 보여줍니다.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팬들의 반대 여론은 2022년 더욱 거세졌고, 결국 글레이저 가문은 11월 23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매각 가능성을 공식 발표한 것은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인수한 이후 처음인데요.

카타르 자본과 영국 자본이 인수에 뛰어든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글레이저 가문이 60억 파운드(한화 약 9조 4천억원)4천억 원) 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며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매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카타르 자본과 영국 자본 모두 최대 50억 파운드(한화 약 7조 8천억원)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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