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넘어 도둑질하다 붙잡힌 '조세형'은 누구?..."출소 한 달 만에 도둑질"

 

“세 살 버릇까지 간다”

 

‘대도(大盜)’라고 불렸지만 실제론 ‘도둑’에 불과했던 조세형(85) 씨가 출소 한 달 만에 빈집 털이를 하다 또다시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형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조씨는 2019년 절도죄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년 12월 출소했습니다.

불과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 교도소 동기 김모 씨와 경기 용인시의 한 전원주택에서  2,7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습니다. 기소된 조씨는 법정에서 “어려운 사정의 김씨가 요구해 범행에 가담했다”라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같은 범죄로 10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도 조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연령이나 환경,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형량을 1년 6개월로 낮췄습니다. 공범 김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도 참작했습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조씨는 또다시 수감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1944년 전라북도 전주부에서 태어난 조씨는 고아 출신으로 15살 때부터 먹고살기 위해 도둑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1982년 이전까지 도둑질을 하다 11차례나 붙잡혀 감옥살이를 했는데요.

 

조씨는 1970~1980년대 사회 고위층을 상대로 절도 행각을 벌여 ‘대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김준성 전 경제부총리, 고려병원 이사장 조운해, 장영자를 비롯해 국회의원, 부유층 등 유명 인사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만 골라서 털었고, 조씨가 훔친 물건 중에 장영자가 소유한 막대한 가격의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있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훔친 돈 일부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등 나름의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적’으로 미화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한 공판에서 밝힌 5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와 세 번째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1. 나라 망신을 시키지 않기 위해 외국인의 집은 털지 않는다.

2. 다른 절도범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판·검사집은 들어갔다가도 그냥 나온다.

3. 연장 사용 금지.

4. 가난한 사람의 돈은 훔치지 않는다.

5. 훔친 돈의 30∼40%는 헐벗은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조씨는 1982년 구속돼 도합 15년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출소 후에는 선교 활동을 하거나  경비보안업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새 삶을 사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일본 도쿄에서 빈집을 털다 붙잡혔고, 이후에도 범행을 지속해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2005년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치과의사 집을 털다 경찰에 붙잡혔고 2010년에는 장물 알선으로 다시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2013년에는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 등을 이용해 강남의 고급 빌라를 털다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받았습니다. 2015년에는 출소 다섯 달 만에 용산의 한 고급 빌라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잡혀 3년 더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범행도 출소 직후에 이뤄지면서 ‘도둑’ 조씨의 갱생은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