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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스토리

740명의 조선인 징병군 이끌던 일본군, 제주도에 묻히다

by 스내커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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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오키나와 전투에서 숨진 한국 청년 740명의 영혼과 함께 한국 평화의 섬인 제주에 잠들게 해달라”

 

제주도에 위치한 선운정사에는 일본인 스님 후지키 쇼겐의 유골이 안치돼 있습니다.

후지키 쇼겐 스님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서 ‘강제 징용 조선인 학도병’을 지휘했던 생존자인데요. 일본군이었던 그가 어떻게 제주도에 묻히게 된 걸까요.

 

일본군 학도병이었던 후지키 쇼겐 스님

이를 알기 위해선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후지키 쇼겐 스님은 당시 740명의 조선인 징병군을 지휘하던 ‘일본군 학도병’이었습니다.

그는 조선인 징병군과 함께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오키나와 전투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는데요.

 

자료 사진

 

치열한 전투 후에는 대부분 10대 후반이던 조선인 징병군들에게 “일본이 곧 패망할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견뎌보자”고 다독였다고 합니다. 또한 조선인 징병군들이 밤마다 목놓아 부르던 ‘아리랑’을 함께 따라 부르는 등 전우애를 다졌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살아남은 사람은 후지키 쇼겐 스님 한 명뿐이었습니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를 잃은 후지키 쇼겐 스님은 ‘740명 조선 청년 병사들의 유골을 수습해 그들의 영혼이라도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겠노라’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조선인들의 영혼이라도...

그렇게 후지키 쇼겐 스님은 740명 조선인 징병군들의 유골을 수습하기 시작했고, 12년간 모금 활동을 전개해 1975년 오키나와 마부니 공원에 한국인 위령탑을 세웠습니다.

나아가 그는 위령탑을 한국으로 이전하기 위한 운동도 전개했습니다. ‘전우들(조선인 징병군)이 지옥의 땅이었을 오키나와 땅에 뼈를 묻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 마음이 양국에 전달돼 ‘Let’s Peace 한일공동기구’가 2013년 11월 출범돼 위령탑 제주 이전과 제주국제평화공원 조성 사업이 결의됐는데요.

안타깝게도 후지키 쇼겐 스님은 2014년 5월 31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해 유골 봉환 및 위령탑 이전 사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전우들의 영혼이라도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굳게 약속했던 후지키 쇼겐 스님은 세상을 떠나기 전 ‘약속을 못 지켜 그 친구들과 만나면 면목이 없어 어떻게 할까’라며 떨리는 눈동자로 부인 오카이 씨에게 “일본에서 돌아오는 한국인 전우들의 영혼과 함께 잠들고 싶다. 전우들의 한 맺힌 영혼을 제주로 꼭 모셔와 달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후지키 쇼겐 스님의 장례식은 2014년 6월 2일 도쿄 니혼바시에 있는 다이안 라구지(大安樂寺)에서 제자 500명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같은달 7일 유골을 제주시 애월읍 선운정사에 안치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후지키 쇼겐 스님의 약속은 2019년 지켜졌습니다.

시간이 걸렸지만 협의가 잘 이뤄져 일본 오카야마에서 생을 마감한 조선인 유골이 봉환된 것입니다. 이를 주도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당시 발표에 따르면 유해는 선운정사에 임시로 안치하고 향후 비무장지대가 평화 지대로 바뀌면 그곳으로 옮겨질 계획입니다.

2019년 안치식에서는 후지키 쇼겐 스님이 2013년 전우들에게 쓴 편지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친구로서 전우로서가 아닌 일본인으로서 진심으로 사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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