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1970년 이전에 태어난 분 중 대부분이 ‘음력 생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태양에 기반한 역법 ‘양력’을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양력이 공식 ‘역법’인데 말이죠. 역법이란 천체의 주기 현상을 기준으로 한 해의 절기, 계절 등을 정하는 방법입니다.
왜 부모님을 포함한 50대 이상 어른들은 아직도 음력 생일을 사용하고 계실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음력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합니다.
음력은 양력과 달리 달의 움직임에 기반한 역법 체계입니다.
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한 달로 삼고 있습니다.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게 된 이유는 모습이 일정한 태양과 달리 매일 모습이 바뀌고, 주기가 30일 남짓이라 측정이 용이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농경 사회’였던 동아시아 지역은 날짜가 매우 중요했기에 음력 사용이 필수였죠.
다만, 지금의 음력은 ‘100% 달의 움직임에 기반한 전통적인 음력’ 태음력(太陰曆)이 아닌 달과 태양의 움직임을 모두 고려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을 뜻합니다. 그 이유는 태음력으로만 날짜를 계산하게 되면 실제 날짜와 계절에 ‘괴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괴리에 대해 알기 위해선 먼저 태양력, 즉 양력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양력인 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356.24일이 걸리죠. 1년의 기준인 ‘365일’이 여기에 기반합니다.
반면 달이 지구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3일입니다. 그리고 지구도 태양 주위를 공전하므로, 공전하는 지구를 기준으로 달이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면 대략 ’29.5일’이 나옵니다. 때문에 음력의 한 달은 29일 또는 30일인데요.
29.5일 곱하기 12(열두 달)를 하면 ‘354일’이 나옵니다. 양력의 365일에서 ‘11일’이 모자라는데요.
만약 음력으로만 3년을 세면 양력을 기준으로 1년에서 대략 한 달 남짓 모자라게 되므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계절과 실제 날짜의 괴리가 생기게 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조상님들은 2년 또는 3년에 한 번씩 한 달을 추가하는 ‘윤달’을 뒀습니다.
윤달이 있는 해는 한 해가 ‘13개월’이 되므로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됐는데요. 이 윤달의 존재가 태음력과 태음태양력의 차입니다. 계절의 변화가 태양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태음력과 태양력을 혼용한 역법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죠.
농사에 진심이었던 우리 조상님들은 ‘태음태양력’에 더해 ‘24절기’도 사용했습니다. 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는데요.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눈 겁니다. 달이 아닌 태양에 기준한 건데요.
양력에 기준한 입춘을 시작으로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까지 약 15일 단위로 매달 2개씩, 계절별로는 6개의 절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실제 계절 변화와 24절기상의 계절은 차이가 있습니다. 24절기가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중국의 날씨와 우리나라의 날씨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4절기와 실제 날씨와의 격차가 더 커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비교적 최근까지 음력, 태음태양력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 1896년 조선 말기에 을미개혁의 일환으로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면서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당시 김홍집 내각은 조선 개국 504년(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개국 505년(1896년) 1월 1일로 하는 역법 개정을 선포했습니다.
양력이 도입된 지 100년이 훌쩍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음력을 사용 중입니다. 물론 음력 사용을 막기 위한 움직임은 많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은 양력 사용을 강요하면서 음력설 사용을 막았고, 이승만・박정희 정권 등 과거 정권들도 양력설인 1월 1일부터 3일까지를 연휴로 지정한 바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오랜 관습을 단순히 금지하는 것만으로 없애는 건 불가능했죠.
연휴가 아님에도 음력설 등 음력에 기준한 명절을 쇠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고, 심지어 조상님 제사일도 음력에 기준했기 때문에 음력설은 1980년대 들어 부활합니다. 현재 우리는 음력설을 포함해 부처님오신날, 추석을 음력을 기준으로 쇠고 있으며, 연휴는 아니지만 정월대보름, 단오, 칠석날도 음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어른들은 ‘음력 생일 사용’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의 오랜 관습’에 근거합니다. 일종의 전통 같은 것이죠.
그리고 유독 1970년대 이전 출생자들이 음력 생일을 사용하는 이유는 당시의 ‘출생 신고’와도 관계가 깊습니다.
병원이 많지 않던 1970년대 이전에는 가정 분만이 흔했는데요. 때문에 출생 신고는 ‘개인의 신고’에 의지했고, 당시 부모님들은 신고할 때 관습대로 ‘음력 생일’을 기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행정 기관은 이를 무조건 양력으로 간주(음력 3월 3일을 양력 3월 3일로 기재)해 호적에 기재했고, 때문에 호적상의 생일과 실제 생일(음력에 기초한)이 달라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분명 부모님이 알려주신 내 생일은 음력 3월 3일인데 주민등록상에는 양력 3월 3일이 기재돼 있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부모님의 양력 생일만 알고 있는 우린 가끔 부모님의 음력 생일을 까먹는 ‘불효’를 저지르곤 합니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이들 대부분은 양력 생일을 사용합니다.
대부분이 병원에서 태어났고, 병원에서 발급되는 출생 증명서도 양력에 기준하기 때문이죠. 간혹 음력 생일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들은 양력 생일이 ‘윤일’, ‘만우절’ 등 평범한 날이 아니거나 집안의 영향으로 음력 생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음력 생일이라는 개념은 언젠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최소 50년 동안은 열심히 챙겨야겠죠. 음력 생일을 잊는 대참사가 종종 일어나는데 그럴 땐 네이버의 양음력변환기를 쓰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오늘은 음력으로 7월 29일이며, 올해 추석인 9월 17일(양력)은 음력으로 8월 15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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