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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지구촌

'튀르키예 대지진'...한국과 튀르키예가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

by 스내커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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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연달아 규모 7.8,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튀르키예와 인접국 시리아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4천명이 넘는 사망자와 2만명에 육박하는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80차례 이상의 여진과 추위와 폭설로 인해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구호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한 구조 인력 급파 및 긴급 의약품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트위터 글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튀르키예·시리아 인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한국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면서 “튀르키예는 6·25 전쟁에서 피로 맺어진 ‘형제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울 것입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여러 구호 단체가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도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그럼 우리나라는 왜 튀르키예를 ‘형제의 나라’라고 칭하는 걸까요?

 

양국의 수교일은 1957년 3월 8일입니다. 1950년 튀르키예의 한국 전쟁 참전으로 양국의 우호 관계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양국의 인연은 삼국시대 때부터 시작됩니다.

 

고구려 사신(오른쪽 첫째·둘째)이 등장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 사마르칸트는 6세기 돌궐 칸국 때부터 존재했던 고도시.

 

삼국사기에 따르면 6세기 튀르키예의 조상 투르크 민족은 고구려와 접촉한 기록이 있습니다.

6세기 고구려가 중국 북동쪽을 지배하던 때 몽고 지방에 ‘돌궐(투르크의 중국 한자 표기)’ 제국이 등장하는데요. 돌궐 제국은 중앙 아시아로 영토를 넓히면서 고구려와는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 수나라 양제가 두 나라의 관계를 염려할 정도로 말이죠.

이후 돌궐 제국이 멸망하고 투르크 민족이 아나톨리아 반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두 나라의 인연은 끊어졌습니다.

 

그러다가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두 나라의 인연은 다시 시작됩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UN군 일원으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치러진 한국 전쟁에 2만명이 넘는 병력을 보냈고, 최전방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한국 방어를 위한 전투를 치렀습니다. 참전 규모는 UN군 파병 규모 4위였고, 전사자도 미군, 영국군 다음으로 컸습니다.

특히 중공군과 수차례 전투를 벌였고 그때마다 중공군을 격파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튀르키예군의 활약은 한국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휴전 이후에도 1954년부터 1971년까지 튀르키예군 병력을 계속 파병해 UN군 임무를 수행하는 등 한국과 인연을 이어온 튀르키예는 1999년 8월 서부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습니다. 1만 8천명이 죽고, 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요.

당시 우리나라는 금융 위기를 겪고 있던 상황이라 많은 금액을 원조하지는 못했지만 민간 차원의 튀르키예 지진 모금 운동이 진행됐고 40일 동안 23억원이 모금됐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튀르키예 국민들은 크게 감동했고 이를 계기로 ‘한·튀르키예 친선 협회(Turkey-Korea Great Friendship Association)’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3, 4위 결정전에서 양국 축구대표팀이 만나면서 친밀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응원단이 상대인 튀르키예를 위해 대형 튀르키예 국기 퍼포먼스를 해주는 등 열띤 응원을 보내주기도 했는데요. 대형 튀르키예 국기가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많은 튀르키예 국민들이 눈믈을 흘렸다고 전해집니다.

월드컵 경기를 계기로 양국 국민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됐고, 특히 한국에서는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튀르키예와의 각별한 인연도 재조명될 정도로 말이죠.

 

 

사실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라는 말을 상당히 좋아해 형제라고 부르는 나라가 많습니다. 같은 투르크 민족인 아제르바이잔, 조지아가 대표적이고요. 원수 관계라 할 수 있는 그리스도 형제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좋아 일본도 형제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중국은 형제의 나라라고 ‘절대’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국이 그동안 보여준 여러 교류 활동, 특히 양국의 역사가 교과서에도 언급될 정도로 인연이 특별하기에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은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이번 지진에 따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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