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있는 페르 라셰즈 묘지(Père Lachaise Cemetery)에는 아주 ‘독특한 무덤’이 있습니다. 너무 독특해서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이사도라 덩컨, 프레데리크 쇼팽 등 이곳에 묻힌 유명 인사들의 무덤보다도 더 유명한데요.
무덤의 주인은 빅터 느와르(Victor Noir, 1848-1870). 19세기 파리에서 활동하던 신문 기자였습니다.
일개 기자에 불과했던 빅터 느와르의 무덤이 어떻게 유명해졌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그의 죽음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빅터 느와르는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 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며 ‘프랑스의 초대 대통령이자 마지막 황제’라는 타이틀을 가진 ‘나폴레옹 3세(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조카)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다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폴레옹 3세의 사촌인 ‘피에르 보나파르트’가 비판적인 기사를 문제 삼아 라 마르세예즈 편집장인 파스칼 그루세(Paschal Grousset)에게 ‘결투’를 신청했고, 그루세는 이를 받아들여 일정과 장소 조정 등을 위해 느와르를 대리인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피에르 보나파르트가 대화 중 갑자기 총을 쏴 느와르를 죽게 합니다. 그가 왜 갑자기 총을 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지만, 피에르 보나파르트가 그루세와의 결투를 거부하고 다른 사람과의 결투를 고집하다 다툼이 벌어져 총을 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나폴레옹 3세 정권에 반대하는 여론이 컸던 상황에서 황제의 가족 구성원이 언론인을 살해한 것은 프랑스 전역에 큰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심지어 피에르 보나파르트가 무죄를 선고받자 대중이 크게 격분했고, 프랑스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와 함께 느와르는 나폴레옹 3세 정권에 반대하는 공화주의의 상징, 혁명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10만명이 넘는 군중이 참석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느와르의 죽음이 얼마나 상징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느와르의 묘지는 처음엔 그의 고향에 조성됐지만 이내 파리에 위치한 페르 라셰즈 묘지에도 조성됐습니다.
1891년 조각가 쥘 달루(Jules Dalou)가 느와르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가 총에 맞아 쓰러진 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실물 크기의 동상을 제작한 건데요. 이 동상은 곧 페르 라셰즈 묘지의 명소가 됩니다.
사진 속 동상을 보면 코, 입술, 신발, 그리고 ‘특정 부위’가 매우 반짝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짝이는 이유는 느와르의 동상이 ‘다산의 상징’이기 때문인데요.
이 미신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느와르 동상의 모자에 꽃을 넣고, 입술에 키스하고, 특정 부위를 문지르면 ‘행복한 성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임신’을 위해서는 느와르 동상의 오른발을 만져야 하고, ‘쌍둥이’를 갖고 싶다면 왼발을 만져야 한다고 합니다. 미신에 따르면 1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고 독신 여성은 1년 안에 ‘남편감’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미신이기에 팩트 체크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이 미신을 믿고 있어 매일 많은 여성이 느와르 동상을 찾아 꽃을 올리고 특정 부위를 만진다고 합니다.
많은 방문객 때문에 느와르 무덤 및 근처 무덤까지 훼손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페르 라셰즈 묘지 측은 2004년 무덤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합니다. 하지만 느와르 동상이 프랑스에서 가장 독특한 무덤이자, 다산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상황이었기에 큰 반발에 부딪혔고 묘지 측은 결국 울타리를 철거합니다.
오늘날, 누아르 동상을 만진 후 임신에 성공한 여성들은 감사의 표하기 위해 아이 사진을 동상 근처에 놓고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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