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신랑 가족이 신부 가족에 '돈' 주는 중국 '차이리 문화'란?

 

중국에는 ‘차이리(彩礼) 문화’가 있습니다.

중국 전통 결혼 풍습 중 하나로 결혼 전 신랑 측이 신부 측에게 건네는 예물이나 현금을 ‘차이리’라고 하는데요. 우리에겐 ‘신붓값’ 또는 ‘신부대’로도 알려져 있죠.

 

중국 주나라 시대(기원전 1046~25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차이리 문화는 중국에서 결혼 전 가장 중요한 의례로 여겨집니다. 신부 측 가족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표시, 축복과 염원의 상징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차이리 문화가 많이 변질됐습니다.

과거에는 ‘납채(纳采)'라는 의례를 통해 신랑 측이 신부 측에게 예물을 보내 결혼 의사를 전하고 승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차이리가 주로 ‘현금’으로 전달되고,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그 금액이 점차 상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국 사회의 여자 수에 비해 남자 수가 많은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도 금액 상승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랑 측 가족은 경제적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일부 가정에서는 차이리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재산을 처분한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는 신랑-신부 가족 간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최근 중국의 한 결혼식에서는 신부 오빠가 신랑 측에 돈을 더 달라며 난동을 부렸다고 하죠.

 

차이리와 관련된 사기나 인신매매 등의 범죄 증가, 높은 금액으로 인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면서 중국 정부는 차이리 금액 제한 및 불합리한 관습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오랜 전통이고,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가족 간 갈등, 범죄, 결혼 포기 등 차이리 문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꾸준히 생기고 있죠.

 

 

물론 일부 젊은 세대는 이 차이리 문화를 매우 부정적으로 여겨 생략 또는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해 차이리 문화가 개선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차이리 문화처럼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예물이나 현금을 보내는 문화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관습은 결혼 의례의 일부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문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아프리카의 신부값(Bride Price/Bridewealth)

지역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케냐,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

신랑 측이 신부 측 가족에게 재산이나 금전, 가축 등을 제공합니다. 이는 신부의 가족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표시이며, 두 가족 간의 유대감 강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동시에 사회적 계약으로서 결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랑이 신부를 돌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보여줍니다.

 

2. 로볼라(Lobola)

지역 : 남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남아프리카 공화국,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결혼 전 협상을 통해 지급 금액이나 재산의 종류를 정합니다. 이후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신랑 측이 신부 측 가족에게 소, 돈, 기타 재산 등을 전달합니다.

마찬가지로 가족 간 관계 형성이 주목적이며, 신랑 측의 결혼에 대한 진지함과 헌신도 나타냅니다.

 

3. 마흐르(Mahr)

지역 : 이슬람 문화권(중동,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이슬람 국가)

쿠란에 규정된 의무로 신랑이 신부에게 직접 지참금을 제공합니다. 이는 신부의 재정적 안전 보장과 권리 보호를 위함이며, 또 결혼의 신성함과 계약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생겨난 의무라고 합니다.

 

반대로 신부 측이 신랑 측에 지참금을 주는 문화도 당연히 있겠죠. 인도 등 남아시아 국가에 아직 이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요. 아래 내용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지참금(Dowry)

지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

신부 측 가족이 신랑 측에게 현금, 보석, 가전제품, 차량 등을 제공합니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지참금 규모가 결정되는데요. 이 문화는 신부 측 가족이 딸의 결혼 생활을 지원하고, 신랑 측 가족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지참금 요구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문제(지참금 관련 폭력, 결혼 지연 등)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또는 신부 측이 신랑 측에 ‘지참금’을 건네는 문화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 전통은 결혼의 중요성, 가족 간 유대, 사회적 책임 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 전통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건강하고 평등한 결혼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