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844조’란?...“죽은 아내가 낳은 ‘불륜남 아기’를 제 호적에 올리라구요?"

 

불륜을 저지른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던 남성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아내가 불륜남의 아이를 낳은 후 사망했는데 남성이 아이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밝히자 병원이 ‘아동유기죄’로 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청주시에 사는 남성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른 글에 따르면 그의 아내 B씨는 지난해 11월 불륜남의 아이를 낳다가 사망했습니다.

 

글에서 A씨는 “돌연 가출한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았다. 10살 어린 노래방 도우미 남성과 불륜을 저지르고 살림까지 차렸다”라며 “아이 셋을 혼자 돌보며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아내보다 10살이나 어린 상간남이 아내와 도망가서 잘 살겠냐. 그저 한숨만 나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혼 판결이 나고 확정일 전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제왕절개 출산 후 뇌사로 사망했다. 죽을 때 까지 속 썩인다”며 “남의 아이 낳다가 죽는다는 게 저한테는 끝까지 상처와 비참함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는 A씨의 친자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3명의 딸을 홀로 양육하는 A씨는 아이를 데려가는 것을 거부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아동유기죄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병원이 신생아를 키울 수 없으니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B씨가 낳은 아기의 민법상 ‘친부’로 명시됐기 때문인데요. 민법 844조는 1항에서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A씨는 “유전자 검사를 해 ‘친자 불일치’ 결과까지 받았는데 내가 출생 신고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외에도 A씨는 사망한 아내가 내연남과 동거하면서 진 거액의 빚까지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주시는 현재 A씨에게 출생 신고를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륜남은 아이의 법적인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의무나 권한이 없고, 출생 신고를 대신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출생 신고가 이뤄져야 양육 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보살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주시는 “A씨 입장에서는 답답하겠지만 출생 신고를 한 이후 대책을 찾는 게 법적 절차”라면서 “출생 신고를 한 뒤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A씨 입장에서는 자신이 친부가 아니기에 출생 신고를 ‘절대’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출생 신고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민법 884조 때문입니다.

 

1958년 만들어진 민법 844조 1항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2항은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3항은 ‘혼인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는 B씨와 이혼 소송 중이긴 했지만 출산 시점에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였습니다.

때문에 생물학적 친부는 아니지만 숨진 B씨가 낳은 아이는 A씨 자녀로 추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법은 직접적인 폭력뿐 아니라 법적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 역시 아동 학대로 보기 때문에 병원은 A씨를 아동유기죄로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A씨는 우선 출생 신고를 한 후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통해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친자가 아닌 것은 드러났기에 최종적으로 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는다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 있던 아이에 대한 기록이 말소되고, 혼외자로 간주돼 사망한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로 옮겨집니다.

상황이 이렇기에 청주시는 A씨에게 우선 출생 신고 후 소송을 제기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청주시는 A씨가 출생 신고를 계속 거부할 경우 직접 나서서 A씨에게 독촉장을 몇 차례 보낸 후 관할 법원에 직권 기록 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법원의 허가가 난다면 청주시가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 출생 신고를 강제로 하게 됩니다.